88호 > 현장을 뛰는 사람들
현장을 뛰는 사람들 / 김경희 강원지역회의 행정실장
김경희 강원지역회의 행정실장은 ‘강원도의 통일 여전사’로 통한다. 강원도 18개 시군협의회의 행정실장들과 손발을 맞추어 통일 행사를 진행하느라 늘 바쁘고 고생스럽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통일을 한발 앞당길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통 지역회의와 지역협의회 행정실장 가운데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강원지역의 18개 시군협의회를 총괄하는 김경희 실장의 하루는 유독 바빠 보였다. 김 실장은 늘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 위에 쌓여 컴퓨터와 씨름하는 것이 일상이다. “전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다른 행정실장들을 생각하며 견딘다”는 김경희 실장에게 혼자 일하는 외로움을 느낄 때는 그나마 한가한 시간이다.
“행사 때마다 순조롭게 넘어가는 적이 거의 없어서 애가 탑니다. 워낙 큰 행사가 많다 보니 마무리될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게 되죠. 실제로 간이 콩알만해진 사건도 있었어요. 생생 토크 통일콘서트 전날 밤 12시에 공연 팀이 펑크를 낸 거예요. 다른 행사를 하다 앰프가 다 타버려서 못 하겠다고 문자 하나 달랑 남겼을땐 눈앞이 깜깜해졌지요. 결국 전제원 청년위원장이 그 밤중에 여기저기 연락해서 섭외한 덕에 아슬아슬하게 공연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
강원도라는 지역의 특성상 겪는 고생도 남다르다. 구불구불한 길이 많고 동쪽과 서쪽 간의 거리가 멀어 영동에서 영서지역으로 가려면 보통 3, 4시간이 걸린다. 서울에서 KTX 타고 부산 가는 길보다 먼 셈이다. 눈이라도 와버리면 7시간씩 차에 갇혀 지내야 한다. 2011년 초에는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일 년 반 동안 병원과 직장을 오가며 몸을 추스른 덕분에 겨우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었다.
“행사 끝나고 ‘우리 실장님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자문위원들의 격려가 약이되지요. 피곤이 사르르 녹는 거 같아요. 그 보람에 중독되어 일에 뛰어들게 됩니다.”
23회째까지 진행된 ‘강원 평화통일포럼’은 행사 때마다 다양한 의견과 토의로 불꽃 튀는 토론회라고 전국에 이름이 났다. ‘생생토크 통일콘서트’ 또한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다른 지역의 본이 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돕기 바자회’는 참여한 18개 시군 중 강원도가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행사 준비하면서 가장 속상할 때는 완벽하게 준비한 행사에 참여자가 적을 때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인 것을 보면 새로운 힘이 솟는데 말이죠. 다행히 북한이탈주민 돕기 바자회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더욱 기뻤던 것은 수익금으로 500가구의 북한이탈주민에게 따뜻한 겨울 보내시라고 이불 한 채씩 선물하고, 낯선 땅에서 공부하는 탈북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을 때입니다. 작은 일이지만 우리 모두의 숙제이자 꼭 이루어야 할 과업인 통일을 한발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김 실장은 강원도 전 지역의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의 성격상 18개 시군협의회 행정실장들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 많은데, 모두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저희 강원지역회의는 행정실장 간에 단합이 참 잘됩니다. 행사 참여 독려는 물론 행사 당일에도 업무 분배만 해주면 맡은 대로 알아서 깔끔하게 해내죠. 평소에도 문서 작성을 잘하는 실장이 있으면 서로 가르쳐달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또 성심껏 가르쳐주는 분위기입니다.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문위원님들도 적극적으로 잘 도와주신 덕분에 여러 사업이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참 분위기 좋은 지역회의입니다.”
김 실장은 동료 복뿐만 아니라 남편 복도 많다고 자랑했다. 남편이 국가관 투철한 군인인 덕분에 통일활동을 하는 아내를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격려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강원지역회의에서 일하는 게 어깨는 무겁지만 항상 강원도의 얼굴임을 잊지 않고 통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키우는 지역회의를 만들겠다”며 통일이 오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