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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 COVER STORY

제18대 대통령 취임 / 대통령 취임식 현장을 가다

“희망의 새 시대 여는
‘위대한 도전’ 나서겠다”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이 이뤄낸 ‘성취의 역사’를 강조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 취임식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첫 여성 국가원수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첫 부녀(父女) 대통령의 탄생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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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과 피와 땀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 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모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도전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극복해나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습니다. 역동적인 우리 국민의 강인함과 저력을 믿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

photo<사진>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과 함께 ‘제2의 한강 기적’ 이루겠다”

취임식을 마친 박 대통령은 ‘박정희의 딸’이 아닌 ‘18대 대통령 박근혜’로 33년여 만에 청와대로 다시 들어갔다. 국민은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대한민국호의 5년을 맡겼다. 국내외적 경제위기, 안보위기 상황에서 이념 과잉 및 편 가르기 시대로 회귀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전진’과 ‘안정 속 개혁’에 힘을 더 실어준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던 대통령 선거 때의 그의 다짐은 국민의 뇌리에 지금도 깊이 박혀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러한 국민의 바람에 화답했다. 정치를 앞세우지 않으면서 국정 운영의 키워드로 △국민행복 △경제 부흥 △문화 융성을 꼽았다. ‘성취의 역사’를 기반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게 취임사의 골간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신뢰 받는 정부를 이루려면 그가 제시한 ‘깨끗’, ‘투명’, ‘유능’이라는 콘셉트가 실제 인사에서 원칙으로 반영돼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새 정부의 비전인 ‘국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경제 부흥’을 제시했다.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경제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제 부흥의 토대로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제안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공정한 경쟁 질서를 수립하고 그러한 기반 위에서 혁신을 통해 성장이 이뤄지는 창조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photo<사진>대통령 취임식 공연은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리랑 판타지’에서 월드 스타 싸이의‘강남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진행됐다.

과학기술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 구현

경제민주화와 성장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숙제 중 하나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상생의 양 날개를 펼칠 수 있게끔 관련 당사자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역시 박 대통령의 몫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돼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이끄는 컨트롤타워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과학기술, 문화가 산업과 융합하고, 산업 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으로 기존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과학기술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 부흥은 ‘박근혜식 복지’인 국민 맞춤형 복지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은 복지국가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외형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부흥은 한 명 한 명의 행복과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차 핵실험 이후의 북한을 올바르게 다루는 것도 박 대통령이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강력한 억제력과 대화의 유연성을 토대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실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7·4 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6·15 및 10·4선언을 꿰뚫는 기본정신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장되다시피 한 6·15 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약속하면서 “불신과 대결, 불확실성의 악순환을 끊겠다”고도 했다.

photo<사진>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첫 업무를 마쳤다. 왼쪽부터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비서관, 허태열 비서실장, 박 대통령, 박흥렬 경호실장, 이남기 홍보수석.

남북 간 신뢰 전제로 유연한 대북정책 추진

북한 3대 세습 권력자 김정은이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20년 넘게 진행해온 우리의 비핵화 정책에 조종(弔鐘)을 울린 사건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도 북한은 쉽사리 핵무기라는 외투를 벗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와 국제사회의의 압박에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해 세계를 경악케 했다. 출발점에 선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불거진 안보위기를 비중 있게 언급하며 ‘국민 안전’ 차원에서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국민행복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때 꽃피울 수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 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고 촉구하면서도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다”면서 대북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 신뢰 회복이 대전제가 돼야 진전될 수 있다는 ‘조건’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 기조를 확고히 견지하되 중도의 지지를 등에 얻고 합리적 진보도 동의할 만한 대북정책을 내놓는 것은 박 대통령이 직면한 난제 중 난제다. 박 대통령은 50%를 갓 넘긴 득표율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절반 가까이(48%)는 그를 찍지 않았다. 대선에서는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7 대 3’, ‘3 대 7’의 구도로 맞섰다.

이념으로 갈라지고 세대로 나뉜, ‘십자형 민의’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로 전문가들은 불안을 꼽는다. 상실감을 가진 국민을 보듬지 않고서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어렵다. 십자형으로 갈린 민의를 어루만지면서 갈등을 화합으로 바꿔놓을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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