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호 > 우리는 이렇게
우리는 이렇게 / 충북 진천군협의회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5회 통일기원 한마당은 온 마을을 들썩하게 한 화합의 장이었다. 마을 여기저기에 홍보 포스터가 나부끼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주민들의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고, 여성자문위원들은 주민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떡을 돌렸다. 따뜻한 떡을 북한 동포들에게도 전하고픈 작은 소망의 씨앗을 품게 된 것이다.
탈북 예술인으로 구성된 평양민속예술단이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전통 민요와 대중음악을 공연하자 낯선 듯 익숙한 멜로디에 흥겨움이 넘치기 시작했다. 관람객들의 어깨가 절로 들썩거렸다. 우리의 가락에는 휴전선으로도 가를 수 없는 공통의 정서가 있음을 온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어 전자현악 공연단 ‘밀키웨이(Milky Way: 은하수)’팀의 공연이 계속됐다. 모두들 태극기를 쥐고 흔들었다. 그야말로 신명나는 통일 한마당이었다.
행사의 피날레는 진천 군민과 함께하는 통일 퍼포먼스였다. 모두 다 함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등을 합창하면서 화려한 무대의 막을 내렸다. 무대는 끝났지만 통일에 대한 의지는 한껏 고취됐다. 차별화된 다양한 퍼포먼스로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남과 북의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고자 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수고가 결실을 이룬 행사였다.
이날 15기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성금을 모아 진천 관내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청소년 3명에게 총 80만 원의 장학금 전달했다.
“지난 2년 동안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군민들이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칭찬하실 때, 쑥스럽긴 했지만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태극기를 하나씩 나눠주자는 아이디어 등 작은 것까지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 그 성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행사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감격에 잠기는 이문희 진천군협의회장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그는 지역사회 곳곳에서 봉사하는 일꾼이자 진천군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둥과 같은 존재다. 민주평통 간사로 꾸준히 일해오다 15기 회장에 선출되었고, 이후 진천군의 통일의식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진천군 산립조합장,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등학교 운영위원장, 생활안전협의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이 다양한 분야를 활용해 통일운동과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이 진천군협의회의 특징이다.
산림조합중앙회 주관 산림경영지도 부문 종합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 4월에 자문위원 20여 명과 함께 ‘2012 통일공감의 날’ 기념으로 통일나무 가꾸기 행사를 가졌다. 민주평통 창설 30주년을 맞아 ‘통일공감의 날’기념식수에 거름을 주고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는 등 환경정화운동을 벌인 것이다.
한편 이 회장은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등학교 운영위원장으로서 청소년 통일안보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호국보훈의 달 및 6·25전쟁 61주년을 맞아 한국바이오마스터고등학교에서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인 김영옥 백두한라예술단장이‘분단의 역사적 의미와 자유민주주의의 수호, 민족의 동질성 회복, 평화통일의 중요성’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펼쳤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통일안보 강연을 해보니 통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6·25가 뭔지 모르는 학생들도 있더군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계속 홍보를 하고 교육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통일교육의 대상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유관기관 단체장 및 지역주민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시대 시민교실’을 개최했다.
이 회장은 생활안전협의회장이자 지역협의회장으로서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도내 전·의경들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는 건강한 몸을 단련해 통일운동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통일 걷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행사를 열 때마다 군민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재정만 허락된다면 자주 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입니다. 또 협의회장의 임명권과 운영권을 좀 더 확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이 회장의 일 욕심을 바탕으로 진천군의 소박하지만 단단한 통일의식이 앞으로도 깊이, 널리 뿌리내려 통일의 그날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