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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여행 / 섬진강 봄꽃 구경
춘삼월에 들어섰어도 꽃이 없으면 봄을 체감하기 어렵다.
봄은 남녘의 화신(花信)으로부터 시작된다. 청류(淸流) 섬진강 주변의 매화와 명산(名山)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꽃이 앞다투어 피어나야만 비로소 봄을 실감한다.
이른 봄날의 섬진강 주변은 봄꽃들의 경연장이다.
매화꽃이 절정에 이를 즈음이면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산수유꽃이 시들해지면 벚꽃이 뒤를 잇는다.
3월, 꽃샘바람이 설익은 봄빛을 시샘하는 달이다. 그래도 해마다 3월 중순쯤이면 화사한 꽃 세상으로 탈바꿈하는 마을이 있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이 그곳이다. 남녘 섬진강변에 자리 잡은 이 마을에는 수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지금은 원래 지명보다도 ‘매화마을’로 더 유명하다.
섬진마을의 춘삼월 풍경은 함박눈 내린 겨울날처럼 새하얗다. 산비탈과 골짜기, 논두렁과 밭둑, 개울가와 강변에도 제철 맞은 매화가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강 건너 하동 땅에서 바라보면 마치 섬진강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른 물안개가 산자락을 휘감은 듯하다.
섬진마을에서 풍광이 으뜸인 곳은 청매실농원이다. 이 마을에서 매화나무를 처음 심었던 고(故) 김오천 씨의 며느리 홍쌍리 씨가 대를 이어 매화농사를 짓는 곳이다. 푸른 섬진강과 듬직한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농원 주변의 10여만 평에 이르는 산비탈은 죄다 매화밭이다. 꽃향기 그윽한 매화나무 아래에 앉아 섬진강과 지리산을 바라보노라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3,4월의 섬진강은 봄꽃들의 경연장이다. 매화꽃이 만개하는 3월 중순쯤부터 산수유꽃이 앞다투어 피고, 산수유꽃이 시들해지는 4월 초순에는 벚꽃이 뒤를 잇는다. 벚꽃이 절정을 넘어설 즈음이면 다시 배꽃이 만발한다. 그래서 때를 잘 맞추면 한꺼번에 매화와 산수유를 구경할 수도 있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구례 산수유마을로 가려면 섬진강 물길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섬진강의 양쪽 기슭을 달리는 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변에는 벚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매년 4월 초순쯤이면 섬진강 물길의 양쪽에 꿈길 같은 벚꽃터널이 형성된다. 특히 19번 국도의 섬진강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강변 드라이브코스로 손꼽힌다. 이 길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7의사가 순국한 석주관(石柱關), 6·25전쟁 전후 빨치산들의 거점이었던 피아골, 지리산과 섬진강 일대의 사람과 물산이 닷새마다 모여들었던 화개장터,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섬진강과 악양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소산성 등과 같이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 풍경과 역사유적을 잇따라 만난다.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에 위치한 석주관은 잠시 둘러볼 만하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에 구례 출신 의사(義士) 7명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고자 했던 군사 요충지였다. 당시 의병을 이끌고 왜군과 싸우다가 숨진 왕득인을 비롯한 7명의 의사는 현재 석주관 칠의사묘(사적 제106호)에 모셔져 있다.
석주관에서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마을로 가는 도중에는 화엄사 입구도 지난다. 때마침 3월 하순~4월 초순이라면 화엄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혹적인 꽃빛깔을 지닌 홍매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황전(국보 제67호) 옆에 서 있는 이 홍매화의 꽃빛깔은 보기 드문 진홍색이어서 ‘흑매화’라고도 불린다. 화엄사 길상암 앞에 수령 450년의 천연기념물 매화나무도 있지만, 이 홍매화의 단정한 수형과 검붉은 꽃잎의 오묘한 아름다움은 비견될 만한 상대가 없을 만큼 뛰어나다.
구례군 산동면에서는 우리나라 산수유(열매)의 절반가량이 생산된다. 원래 중국에서 들어온 산수유나무는 해발 200~500m의 분지나 산비탈의 물매가 싸고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잘 자란다. 이런 자연조건을 갖춘 산동면의 계척, 현천, 대평, 상위 등의 마을에는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산수유꽃이 피는 3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산동면의 여러 마을은 샛노란 꽃 세상으로 탈바꿈한다. 길가와 집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두렁과 밭둑 등 눈길 닿는 곳곳마다 온통 황금빛의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지리산 봉우리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도 희끗희끗한데, 그 산자락에 등을 기댄 마을들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마을을 이룬다.
꽃이 활짝 핀 봄날에는 아무리 모진 꽃샘바람이 불어도 심신이 움츠러들지 않는다. 무르익은 봄기운이 사람의 기를 북돋워주는 덕택이다. 그러니 이른 봄날에 남녘으로 떠나는 꽃구경은 심신을 튼실히 해주는 웰빙투어인 셈이다.
Travel Into
숙박 하룻밤 묵기에는 섬진마을에서 가까운 하동읍내나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의 지리산온천단지가 적당하다. 하동읍내에는 고궁모텔(055-884-5300), 발리모텔(055-884-2393), 테마모텔(055-883-1661)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지리산온천단지에는 송원리조트(062-780-8000), 지리산온천관광호텔(061-783-2800), 노고단관광온천호텔 (061-783-0161), 지리산둘레길관광호텔(061-783-5001) 등이 있다.
맛집 매화축제 중에는 섬진마을의 청매실농원(061-772-4066)에서도 매실소스 비빔밥과 파전, 매실아이스크림 등의 음식을 판다. 섬진마을의 해돋이식당(061-772-1898)은 재첩회무침, 재첩국 등의 재첩요리 전문점이다. 화엄사 입구의 우리밀식당(061-781-5700)은 우리 밀로 만든 다슬기수제비, 팥칼국수 등을 맛있게 내놓는다. 그 밖에 화엄사 입구의 백화회관(산채정식·061-782-4033), 구례읍내의 평화식당(육회비빔밥·061-782-2034), 지리산온천단지 내의 할매된장국집(청국장·061-783-6931) 등이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가는 길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나들목(19번 국도·남원 방면)→산동교차로(우회전)→지리산온천단지→산수유마을(대평·상위마을)→산동교차로(좌회전·19번 국도 하동 방면)→냉천나들목 교차로(하동 방면)→화엄사 입구→운조루 입구→석주관 입구→화개장터 삼거리(우회전)→남도대교 건너자마자 좌회전(361번 지방도)→섬진마을(매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