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호 > FOCUS
FOCUS / 北3차 핵실험, 그 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개발 규모는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번 3차 핵실험을 두고 중국은 공식적으로 핵실험 중단을 요구하는 등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미치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별 효용이 없어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무기력함이 입증되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 연료공장과 재처리시설 등 핵시설 건설과 핵무기 개발,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 투입한 예산만 약 3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북한 주민에게 옥수수를 31~36개월간 배급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비용이다.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식량난과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고, 유엔 안보리는 1월 23일 대북 제재 결의안 2087호를 채택해 회원국들에게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했다. 이에 강력히 반발한 북한은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도발 수수방관해온 중국
년 7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 1695호를 채택했다. 이후 1718호, 1874호에 이어 2087호까지 채택하면서 북한에 대한 수출 통제, 미사일 관련 기술 및 물자의 금수, 북한과의 금융 거래에 대한 감시 강화 등 다양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은 지속됐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금 유엔 안보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 제재 논의 역시 이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추가 제재의 범위는 전략물자 교역과 금융 거래의 금지, 화물 운송에 대한 검색 강화 수준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 안에서 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마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매년 40만~50만 톤의 식량과 50만 톤의 원유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부족한 식량과 원유의 약 50%를 중국이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중국이 북한을 충분히 길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사실상 수수방관해왔다. 미중관계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지정학적 가치와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흔히 순치관계(脣齒關係)라고 한다. 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게 되는 관계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가 미국의 대륙 진출을 막아주는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을 수행하므로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외부의 제재나 압박에 의해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북한 정권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경우 미국은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에 협조를 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쟁과 협력이라는 미중관계의 이중구조하에서 북한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발언권을 높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전략적 자산인 셈이다.
위협 대응할 ‘현실적인 칼날’ 들이댈 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은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평온하다’, ‘세계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등의 보도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한 핵무기의 소형화에 성공했는가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도 위협의 실체를 망각한 것이다. 그 정도의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은 이미 그들의 핵 능력이 한국에 대한 단순한 위협의 수준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우선 외교적, 군사적 조치와 함께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미국의 대북 확장 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한미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최소한의 억지력 유지를 위해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체계를 확보하는 군사적 조치가 필수다.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거나 선제타격을 가하는 군사적 조치도 고려할 수는 있겠으나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부적절하다.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면 사실상 선제타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체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통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북한 사회에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끝으로 일관성과 지속성 있는 대북정책, 여야 또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초당적 차원의 긴밀한 협력만이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인식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구본학 =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국방부 국방선진화 촉진위원 등으로 활동하였다.